부동산

"집 살 사람이 사라진다"…경북, '공급 확대'서 '주거 서비스'로 판 바뀐다

경북연구원 '인구구조 변화와 주택수요 재편' 보고서… 고령화 전국 평균 웃돌며 '부동산 잠김' 심화, 청년층 이탈에 신규 구매 절벽… 군 지역 '빈집 정비' 비상


경북 지역 주택시장이 '인구 감소'보다 무서운 '구조 재편'의 파도에 직면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인구 총량의 감소도 문제지만, 급격한 고령화와 청년층 유출이 맞물리며 주택 시장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장 동력 상실'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이제는 아파트를 더 짓는 '양적 공급'이 아니라, 거주자의 연령대에 맞춘 '질적 서비스'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연령대별 인구구조 변화와 경북의 주택수요 재편' 보고서에 따르면, 경북의 주택 시장은 '시부(市部)'와 '군부(郡部)' 간의 양극화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포항·구미 등 시 지역은 산업단지와 대학 등의 영향으로 20~49세의 '허리' 인구가 아직 버티고 있어 도심 역세권을 중심으로 소형 주택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조차 50~69세 인구 비중이 비대해지면서 머지않아 고령층 진입에 따른 '다운사이징(주택 규모 축소)' 수요가 쏟아질 전망이다.

 

반면 군 지역의 상황은 처참하다. 청년층 유출이 구조화되면서 20~30대 인구는 사라지다시피 했고, 초고령층만 남은 '역피라미드' 구조가 굳어졌다. 이곳에선 새 집을 사려는 수요 자체가 말라붙었다.

 

가구가 분화되더라도 대부분 '고령 단독 가구'여서 신규 주택보다는 기존 주택의 유지·관리에만 치중하는 구조다.

 

보고서는 군 지역의 경우 "신규 공급보다는 빈집 정비와 철거, 거점형 소형 주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주택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뚜렷하다.

 

청년층(20~39세)은 자산 축적이 부족해 '소유'보다 '임차' 성향이 강하다.

 

직주근접과 교통 접근성에 민감하며 공공임대 등 초기 비용이 적은 주거를 선호한다.

 

중년층(40~59세)은 현재 경북 주택가격을 지지하는 핵심 수요층이다.

 

학군과 자산 가치를 중시하며 주택 교체 수요를 이끌고 있지만, 이들이 고령층으로 전환되는 10년 뒤에는 신규 수요가 급락할 위험이 크다.

 

고령층(60세 이상)은 '보유'에는 적극적이나 '거래'는 꺼린다. 이로 인해 주택 재고는 많아도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는 '잠김 현상(Lock-in)'이 심화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규채 선임연구위원은 주택 정책의 대전환을 주문했다.

 

인구 유입이 보장된 수도권과 달리, 경북 같은 지방 중소도시는 "대규모 공급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임 위원은 "향후 주택시장은 자산 증식 수단에서 생활·돌봄·의료가 결합된 '주거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격이 바뀔 것"이라며 "청년에게는 역세권 소형 주택을, 고령층에게는 의료 서비스가 연계된 고령 친화 주택을 확충하는 등 연령별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방의 주택시장은 가격이 일정 수준 유지되더라도 거래가 안 되는 '비활성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며 "공급 과잉에 따른 미분양 리스크와 노후 주택 방치 문제를 해결할 정교한 재생 전략이 지자체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